(주인공이 공터 한가운데 서 있다. 표정은 무표정하지만, 그의 눈에는 무거운 피로와 슬픔이 서려있다. 주위는 침묵에 감싸여 있고, 나무 사이로 희미한 빛이 비친다. 안개가 서서히 흩어지며 주인공의 얼굴을 비춘다.)
주인공 (내레이션, 낮은 목소리)
나는 누구인가?
(주인공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그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손을 쥐었다 펴며 자신을 돌아본다. 그의 손끝은 조금 떨리고 있다.)
주인공 (내레이션)
몇 세기를 살아왔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잃어버렸다.
내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의 주변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나뭇잎이 흔들리며 주인공의 머리칼이 살짝 흩날린다. 숲속의 고요함이 다시금 그를 감싸며, 짙은 외로움이 그에게 다가온다.)
주인공 (내레이션)
기억이 사라질 때마다, 내 존재도 희미해진다.
(주인공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숲 속을 걸어간다. 발밑에서 마른 잎사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의 걸음은 무겁고, 그와 함께 숲은 한층 더 어두워진다.)
(장면 전환. 어두운 공간, 주인공이 혼자 서 있다. 모든 것이 검은 안개에 휩싸인 듯 흐릿하다. 주인공의 얼굴은 혼란과 피로로 일그러져 있다. 그때, 한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온다.)
목소리 (희미하고 멀게)
"너는 누구였나?"